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스노보드의 '맏형' 김상겸 선수가 일궈낸 감동적인 은메달 소식과 한국 올림픽 역사상 통산 400번째 메달의 의미를 소개합니다.

설원 위에서 피어난 노장의 투혼
알프스의 웅장한 준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 그 차가운 은빛 무대 위로 한 줄기 뜨거운 질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영하의 공기를 가르며 하얀 눈보라를 일으킨 주인공은 대한민국 스노보드 대표팀의 든든한 버팀목, 서른일곱의 노장 김상겸 선수였습니다. 모두가 '이제는 힘들 것'이라 말하던 나이, 하지만 그는 네 번째 올림픽이라는 기나긴 여정 끝에 마침내 그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14년 소치에서 시작해 평창과 베이징을 거쳐 밀라노의 설원까지 이어진 그의 12년 도전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인간 승리의 서사였습니다. 차가운 이탈리아의 바람도 막지 못한 그의 열정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뜨거운 환희로 바뀌었고, 시상대 위에서 보여준 그의 미소는 전 세계에 '포기하지 않는 마음'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막노동 이겨낸 김상겸 4수 끝 은메달
김상겸 선수가 일궈낸 기적 같은 은메달의 이면에는 화려한 조명보다 깊고 고독했던 인고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그는 2011년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스노보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대학 졸업 후 그를 맞이한 것은 냉혹한 현실이었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그를 받아줄 실업팀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청년 김상겸은 슬로프 대신 공사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차가운 금속 장비의 촉감과 거친 흙먼지 속에서 삽을 들었고, 막노동과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훈련비를 마련했습니다. 한겨울 공사장의 거친 숨소리는 설원 위에서의 질주만큼이나 치열했습니다.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은 이 고단한 세월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그의 올림픽 도전사 역시 순탄치 않았습니다. 2014 소치와 2022 베이징에서는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안방에서 열린 2018 평창에서도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서른이 다 된 2019년에야 하이원 실업팀에 입단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지만, 노장이라는 꼬리표는 늘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에지를 갈았습니다. 4전 5기의 정신으로 버텨온 15년의 세월, 공사장의 굳은살이 박인 그의 손은 마침내 밀라노의 차가운 눈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을 그려냈습니다. 그의 은메달은 단순히 한 명의 선수가 따낸 성과가 아니라,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망설이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이자 증명입니다.

한국 통산 400호 메달 주인공 김상겸
김상겸 선수가 획득한 이 은메달은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거대한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올림픽에 처음 발을 내디딘 이래 하계 대회 320개, 동계 대회 80개를 합쳐 달성한 역사적인 '통산 400번째 메달'이기 때문입니다.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 참가 이후 78년간 이어진 긴 기다림 끝에, 대한민국은 이제 설상 종목에서도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는 16강부터 한 편의 드라마 같았습니다. 김상겸은 16강에서 '배추보이' 이상호의 오랜 라이벌인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를 만났으나,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침착한 레이스로 8강에 올랐습니다. 8강에서는 올 시즌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세계 1위 롤란드 피슈날러를 상대로 베테랑의 압박감을 선보이며 대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준결승의 긴박함은 정점에 달했습니다. 불가리아의 신성 테르벨 잠피로프와 맞붙은 그는 마지막 구간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를 내며 단 0.23초 차이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스노보드 황제' 벤야민 카를과의 결승전은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이었습니다.
초반 스타트에서 앞서나갔으나 중반의 미세한 실수를 딛고 끝까지 추격한 끝에 0.19초라는 간발의 차로 값진 은메달을 확정 지었습니다. 메달이 확정된 후 시상대 위에서 그가 관중과 국민을 향해 올린 '큰절' 세리머니는 현장을 메운 모든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2018년 이상호 이후 8년 만에 터진 설상 종목 역대 두 번째 메달이자, 빙상에 편중되었던 한국 동계 스포츠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은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37세 김상겸 스노보드 노련미의 승리
김상겸 선수의 이번 쾌거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PGS) 종목의 특성과 베테랑의 노련미가 결합한 기술적 승리입니다. PGS는 단순히 속도만을 겨루는 종목이 아닙니다. 설질에 맞춰 에지를 얼마나 날카롭고 부드럽게 쓰느냐가 승부를 가르며, 이는 오랜 경험을 통한 코스 판독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미국 NBC가 "금·은메달리스트의 나이를 합치면 77세(카를 40세, 김상겸 37세)"라고 주목했듯, 이 종목은 경험이 풍부한 노장들이 지배하는 무대입니다. 실제로 기술 중심의 설상 종목은 신체적 정점보다 기술적 완성기가 늦게 찾아온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김상겸은 결승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45세의 피슈날러와 20세의 잠피로프를 차례로 제압하며, 흔들리지 않는 심리적 숙련도와 섬세한 에지 컨트롤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활약은 한국 스노보드가 더 이상 올림픽의 들러리가 아닌 세계 정상권에 안착했음을 선포하는 확신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맏형이 닦아놓은 이 길은 이제 최가온, 이채운 등 '황금 세대'로 불리는 후배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이제 한국을 빙상 강국을 넘어 설상 종목의 새로운 주역으로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랭킹 1위 최가온과 청소년 올림픽의 영웅 이채운이 이끄는 한국 스노보드는 이제 김상겸이 보여준 노련한 질주를 자양분 삼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78년의 변방 생활을 청산하고 중심으로 진입한 대한민국 설상의 미래는 김상겸이라는 위대한 베테랑의 땀방울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맏형이 쏘아 올린 희망의 신호탄
김상겸 선수가 일궈낸 기적의 은메달은 단순한 순위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에 흐르는 긍정적인 에너지이자, 나이라는 장벽과 현실의 벽에 부딪힌 수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전언입니다. 막노동과 무명의 설움을 견디며 37세의 나이에 마침내 꿈을 이룬 그의 스토리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맏형의 뜨거운 눈물이 닦아놓은 이 길을 따라, 대한민국 설상의 미래는 더욱 밝게 빛날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뜨거운 울림을 전해준 김상겸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존경을 보내며, 그의 멈추지 않는 도전을 끝까지 응원합니다.